A씨는 전세아파트에 살다가 전세기간 만료를 앞두고 마침 부모님이 일정금액을 도와주겠다고 하여, 전세금에 부모님이 보태주는 돈으로 아파트를 구입하려고 괜찮은 아파트를 찾기 위해 이곳저곳을 돌아다녔습니다.

마침 분양한지 몇 년 안된 새아파트 단지가 마음에 들어 부동산중개업자에게 중개를 부탁했고, 며칠 후 부동산 중개업자가 연락이 와 “매물이 거의 안나오는데 괜찮은 집이 나왔다며 싸고 좋은 집이니 다른 사람이 계약하지 않도록 가계약금을 걸어 놓으세요.”라고 권유하여, 일단 가계약금 300만원을 매도인의 계좌에 입금하였습니다. 그런데 사정이 생겨 계약을 체결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A는 이미 지급한 가계약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요?

부동산 매매계약시에 통상적으로 계약하기 전에 부동산 물건을 잡아두기 위해 계약서 없이 가계약금을 지급하기도 합니다. 가계약금이 지급되고 본 계약이 체결되어 매매가 완료된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나 가계약금을 지급한 후 쌍방의 사정으로 정식계약이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에 이미 지급한 가계약금의 반환 여부에 관한 분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가계약은 24시간 내에 해지할 수 있다든지, 3일 내에는 언제든지 돌려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또한 부동산 중개업자도 가계약금을 지급해도 만일 계약이 안 될 경우에 돌려준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것는 사실이 아닙니다.

가계약금은 ‘매도인과 매수인 사이에 매매계약이 체결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그 반환 여부가 결정됩니다. 즉, 가계약금만 지급된 경우에 매매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볼 수 있을 경우에는 가계약금을 반환받지 못하나, 매매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볼 수 없는 경우에는 가계약금을 반환받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매매계약이 체결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는 어떻게 판단할까요.

대법원 판례는 “(매매)계약이 성립하기 위하여는 당사자 사이에 의사의 합치가 있을 것이 요구되고, 이러한 의사의 합치는 당해 계약의 내용을 이루는 모든 사항에 관하여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나 그 본질적 사항이나 중요사항에 관하여는 구체적으로 의사의 합치(합의)가 있거나 적어도 장래에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있는 기준과 방법 등에 관한 합의는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여기서,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중요사항에 대한 합의란 매매목적물, 매매대금, 대금 지급방법에 대한 합의입니다.

예를 들어, “부동산 매매에 관한 가계약서 작성 당시 매매목적물과 매매대금 등이 특정되고, 중도금 지급방법에 관한 합의가 있었다면 그 가계약서에 잔금 지급시기가 기재되지 않았고 후에 정식계약서가 작성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매매계약은 성립한다.”고 판결하였습니다.

위 사례의 경우, A씨가 가계약금 300만원을 매도인의 계좌에 입금하기 전에, 매매대상 아파트의 동, 호수가 특정되고, 총 매매대금을 정하고, 잔금 지급일자나 입주일자에 대해 쌍방이 협의했다면 중요부분에 대한 합의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즉, 가계약금만 지급한 것이라도 부동산 매매계약이 성립한 것입니다. 이때에는 매수인인 A씨가 가계약금 입금 이후 사정이 생겨 해당 아파트를 매수하지 않기로 결정하였다면 가계약금을 돌려받을 수 없습니다.

결국, 매수인은 가계약금을 반환받는 것을 포기하고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만일 A씨가 중개업자가 알려준 매도인의 계좌로 가계약금 300만원을 입금하기는 하였으나, 총 매매대금이 정해지지 않았거나 가계약금 외의 나머지 계약금과 중도금 지급방법 및 지급시기 등 매매계약의 중요사항에 관하여 매도인과 어느 정도 구체적으로 협의되지 않았다면, A씨와 매도인 사이에 아파트 매매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A씨는 가계약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결국, A씨의 입장에서는, 가계약금만 지급했지 매도인과 사이에 매매계약의 중요사항에 대한 합의가 없었음을 주장, 입증하여야만 가계약음을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변호사 이인상 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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