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선생이 꿈꾸던 세상
 
지난해 10월, 대전에 처음으로 다산학당이 문을 열었다.

다산학당은 오늘 우리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다산선생의 정신과 지혜를 배우고 이를 실천해보자는 취지에서 출범하였다. 혹자는 지금의 상황과 전혀 다른 200여 년 전에 사셨던 분의 정신과 지혜가  오늘의 문제를 푸는데 얼마나 도움이 되겠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다산선생의 사상과 처방을 배우면서 느끼는 것은 세상의 원리는 하나이고 이를 실천하는 방안들에 대한 서로의 이해관계 때문에 세상이 멈춰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공자는 일찍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사람이고 사람이 세상의 기준이요 원칙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사람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 정의로운 사람이고 사람의 가치를 우선하는 사회가 정의로운 사회라고 가르쳤다. 따라서 옳은 길이란 사람이 더불어 살아 갈 수 있는 길을  의미한다고 본 것이다. 그러면 사람이란 어떤 존재일까? 다시 말해서 사람의 본성은 어떤 색깔일까? 유가에서는 성선설을, 법가에서는 성악설을, 도가에서는 성무선악설을 주장하는 등 학파에 따라 서로 다른 인간관을 보여준다.

인간의 본성에 관한 설명에 있어서 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그러나 다산은 공자의 가르침에 따라 인간의 본성은 착하나 본능은 이기적이라는 사실을 꿰뚫어 보았다. 만약에 사람에게 이기심이 없다면 세상은 존재할 수 있을까를 눈 여겨 보자. 다산은 사람이 이기심을 갖기 때문에 세상은 활기차게 돌아가는 것이고 모두가 이기심을 버리고 이타심으로 세상을 채운다면 세상은 존재할 수 없다고 간파했다. 문제는 넘치는 이기심을 어떻게 제어하느냐가 세상을 정상적으로 운행하게 만드는 비결인데 서양의 아담 스미스는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조정될 것이라고 보았고 다산은 법치와 예치가 인간의 이기심을 제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았다.

법이란 최소한의 규범을 담아 놓은 것이다. 그런데 이마저 지켜지지 않는다면 사회의 질서는 바로 무너지는 것이다. 특히 권력이나 재력을 가진 기득권층에 대해 강력한 법적 제재를 가하지 않으면 그들은 권력을 남용하고 싶은 유혹을 느끼게 되고 그 순간 범죄자로 전락하게 된다는 것이다. 반면에 아무 것도 갖지 않은 이들은 남용할 아무 것도 없이 가끔은 작은 실수나 범죄를 저지르는데 그들의 잘못은 그리 크지 않은 것이기에 인정으로 다스리고 예로써 교화를 시켜야 한다고 가르치신다. 이 말씀에 비추어 오늘을 돌아보면 큰 죄인은 대형로펌을 고용해 무죄를 받거나 가벼운 처벌을 받는데 그치는데 비해 생계를 위해 물건을 훔친 이는 감옥에 가야 하는 현실을 잘 꼬집은 혜안이 아닐 수 없다.

이렇듯 다산은 가진 자에게는 무거운 책임의식을 부과하고 못 배우고 배고픈 이들에게는 무한한 인정을 베푸신 정의의 사도였던 셈이다. 만약에 우리가 권력과 재력을 갖게 되었다면 이는 하늘이 준 선물이요 축복이므로 이를 남용하거나 오만에 빠지지 말고 하늘의 대행자로서 겸허하게 가진 자의 의무를 성실하게 수행하면 하늘이 칭찬하고 세상이 칭찬하면서 내생에 더 큰 축복을 받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