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문제,  공동체에서 길을 찾다

오늘날 아파트를 비롯한 공동주택에 사는 한국인이 60-70%에 달한다.  그럼에도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 대부분이 행복하다고 느끼고 있는 것 같지 않다. 아파트는 개인적 생활이 주를 이루고 있다 보니 이웃집과의 교류는 물론 소통도 전혀 없는 게 현실이다. 심지어 같은 엘리베이터를 타고도 서로 아는 체를 하지 않는 사람들이 허다한 실정이다. 그러다 보니 이웃집이나 공동체의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게 당연한 일처럼 되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가끔 이웃집에서 사람이 죽었는데도 이를 알지 못하고 몇 달을 그냥 지내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무관심은 곧 나에게도 적용된다는 점에서 아파트에 사는 게 이젠 불안하다는 생각마저 들 때가 있다. 최근 정부가 아파트관리비에 대한 회계감사결과 20%에 가까운 아파트들이 부실하게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00세대 이하는 더 심각할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이 또한 무관심에서 비롯된다. 이러한 무관심과 불안은 더 이상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지 못한다. 그야말로 아파트가 불행의 원천이 되는 셈이다. 따라서 아파트문화가 바뀌지 않으면 한국사회의 문화가 바뀌지 않을 것이다.
 
요즘 우리사회의 화두는 행복이다. 우리나라 246개 기초광역자치단체 중 대부분의 지자체 슬로건이 행복한 지역공동체를 만들겠다는 것에 관한 것들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대전만해도 ‘시민을 행복하게 대전을 살맛나게’라는 슬로건이 매일같이 눈길을 끈다. 박근혜정부의 캐치프레이즈도 국민행복시대를 말하고 있다. 
 
행복이 유행처럼 논의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아마도 오늘의 삶이 팍팍하다고 여기기 때문일 것이다. 대부분의 나라들이 과거보다 경제적으로 훨씬 풍족해졌지만 행복은 증대되지 못했다. 특히 저출산, 고령화사회로 저성장사회에 진입하면서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는 가운데 비물질적 영역에서 행복을 갈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러한 맥락에서 새로운 환경변화로 비롯되는 불행의 징후들을 찾아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로 경제적 양극화로 지금 지구상에는 20%에 해당하는 인구가 기아에 허덕이고, 6%의 인구가 부의 약60%를 점유하는 불공평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은  OECD국가 중에서 경제적으로 얼마나 행복한 나라인가? 물질적 삶의 조건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소득과 자산, 일자리와 근로소득, 주거 등 세가지 핵심항목으로 나뉘는데 이 기준에 따르면 한국이 상위 20%에 속해 있다. 그런데도 한국인들이 불행하다고 여기는 것은 비물질적인 요인이 영향을 미칠 뿐아니라 경제격차에 대한 불만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둘째로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저성장사회의 도래다. 이는 제로성장사회를 의미하는 것이고 경제적 양극화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합계출산률은 1.21로 두 사람이 결합해서 하나 정도 출산하는 것이니 절반씩 줄어가는 셈이다. 거기에다 인구의 고령화는 날로 심화되어가고 있는데 그 추세가 서구나 일본에서 유례를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2026년에 20%가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고 한다. 결국 젊은이들이 부양해야 할 대상이 늘어나면서 젊은 세대의 부부들은 경제적인 이유로 아이출산을 꺼릴 수 밖에 없고 자식에게 부담이 되기 싫은 부모들은 유랑생활을 택할 수 밖에 없는 빈곤의 악순환 속에서 경제적 양극화는 심화될 수 밖에 없다.
      
셋째로 도시의 위험사회진입과 안전문제다. 오늘날 자연재해는 말할 것도 없고 인공적인 재해도 빈발하고 있다.기상이변에 따른 자연재해는 말할 것도 없고 안전에 대한 불감증과 부주의로 인공적인 재해도 빈발하고 있다.미래학자들은 21세기를 위험사회라고 규정한다. 그만큼 인간 주변에 위험요소가 증대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한국사회만 들여다봐도 세월호사건, 메르스사태가 전 국민을 우울하게 만들고 불안에 떨게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삶의 질에서 사회의 질로 바뀌고 있다. 삶의 질(quality of life) 지표는 경제적 변수의 영향이 너무 커 경제기반이 좋은 나라나 도시가 삶의 질이 높게 나타나는 현상을 보이는데, 실제 국가별 행복지수 순위를 조사해보면 가난한 나라 사람들이 더 행복하다는 결과에 비추어 물질적 풍요 못지않게 정신적 만족감을 반영하는 지표의 개발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위에서 살펴 본 것처럼 아파트생활의 불행을 야기하는 원인들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진정한 공동체를 회복하는 길이다. 공동체생활의 대표적인 모델을 황제펭귄의 삶에서 발견할 수 있다. 그들은 눈보라가 칠 때 수천마리가 몸을 밀착해 체온을 유지하는 데  바깥 쪽 펭귄의 체온손실이 극심하므로 물결치듯 안쪽 펭귄이 바깥쪽으로 임무교대를 하면서 역할을 공평하게 부담한다. 과연 인간사회는 어떤가? 가진 자에게 완벽한 세상일 뿐이다.
이제 60-70%이상이 공동주택생활을 하는 한국 사회에서 행복한 아파트를 만들기 위해 공동체회복운동이 일어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