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빚을 남편이 갚아 주어야 할까?
 
어느 날 모르는 사람에게 전화가 옵니다. 전화한 사람의 이야기인즉 아내에게 돈을 빌려준지 오래되었는데 아직까지 갚지 않으니 대신 갚으라는 전화였습니다. 퇴근 후 아내에게 물어보니, 그 친구에게 500만원 300만원 두차례 돈을 빌렸는데 앞엣 돈은 친정 남동생이 돈이 필요하다고 해서 친구에게 빌려서 도와주었고, 뒤엣 돈은 지난번 아이가 교통사고를 냈을 때 합의금으로 썼다고 합니다. 당연히 왜 미리 이야기 하지 않았냐며 부부싸움을 했지요.

이럴 때, 남편은 아내가 빌린 돈을 대신 갚아주어야 할까요?

남편은 아내가 빌린 돈 중 일부는 갚지 않아도 되지만 일부는 갚아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원칙적으로 돈은 빌린 사람이 갚는 것입니다. 설사 부부관계라도 남편이 아내의 채무를 갚아 줄 의무는 없습니다. 남편이 사업상 사업자금으로 돈을 빌려 사업을 하다가 부도를 내 채무를 갚을 수 없게 되었을 때, 채권자나 채권추심업체 직원들이 부부가 같이 살고 있는 집의 소유자이기도 한 아내에게 부부간이니 돈을 갚으라고 독촉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으나, 아내는 남편의 빚을 갚아 줄 책임이 없습니다. 아내는 채권자에게 직접 돈을 빌린 채무자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물론 아내가 남편이 돈을 빌릴 때 연대보증을 섰다면 당연히 보증채무자로서 남편의 빚을 갚아야 합니다. 

하지만, 예외적인 경우가 있습니다. 아내이던 남편이던 부부 일방이 돈을 빌렸을 때, 그 돈을 부부의 공동생활을 위하여 썼다면 설사 다른 일방은 돈을 직접 빌리지 않았더라도 그 돈을 갚을 책임이 있습니다. 

우리 민법은 부부 일방이 일상적인 가정일과 관련하여 빚을 지게 된 경우 다른 일방도 이 빚을 갚을 공동책임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어떠한 경우에 일상적인 가정일과 관련된 채무로 볼까요. 우리 판례는 ‘부부의 사회적 지위·직업·재산·수입능력 등 현실적인 생활상태, 부부가 생활하는 지역사회의 관습, 가정의 내부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부부의 공동생활에서 필요한 것으로 볼 수 있을 때’, 일상적인 가정일과 관련된 채무로 간주합니다. 이러한 판례의 기준으로 볼 때, 식료품, 의복류, 가구 등 생활필수품의 구입, 수도·전기·전화요금 등 공과금의 납부, 의료비,  자녀의 양육과 교육비 지급 등을 위한 금전차용이 이에 해당할 것입니다.

결국 부부 일방이 빌린 돈에 대해서 다른 일방이 갚을 책임이 있는지 여부는 그 빌린 돈의 사용처가 주요 판단기준이 됩니다. 

위 사례에서, 아내가 빌린 돈 중 500만원은 친정 남동생의 부탁을 받고 도와주기 위하여 빌린 돈이므로 부부 공동생활에 사용된 것으로 볼 수 없어 남편은 위 돈을 갚을 책임이 없으나, 300만원은 아이의 교통사고 합의금으로 사용된 것이므로 부부 공동생활에 필요한 곳에 사용되었다고 볼 수 있어 이 돈에 대해서는 비록 아내가 빌린 돈이지만 남편도 함께 변제할 공동책임이 있습니다.

변호사 이인상 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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