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비 포기각서를 써준 후 다시 양육비를 청구할 수 있을까?

김모씨는 남편 오모씨와 결혼하여 아들을 하나 두었습니다. 남편은 시간이 지나면서 가정에 소홀해지기 시작하였고, 가정불화를 겪던 중, 우연히 남편이 다른 여자와 내연관계를 맺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김모씨는 당시 초등학교 2학년에 다니던 아들을 남편이 키우기로 하고 합의이혼하였고, 남편은 곧바로 내연녀와 재혼하고 혼인신고까지 마쳤습니다.

그런데, 헤어진지 1년도 되지 않아 아들이 찾아와 새엄마가 구박하고 아빠는 모른 채 한다며 엄마랑 살겠다고 울며 매달렸습니다. 김씨는 전 남편에게 아이는 자신이 키울테니 아들의 전학에 동의를 해달라고 하자, 전 남편은 아들의 양육비를 청구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요구하였습니다. 김씨는 계모 밑에서 설움받고 있는 아들을 생각해서 전 남편의 요구대로 양육비포기각서를 써주고 아들을 전학시켜 키우고 있습니다.

김씨는 파출부 생활을 하면서 버는 돈으로 아들이 초등학교를 다닐 때까지만 해도 그럭저럭 키울만 했으나 지난 해 아들이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학원비 등 교육비가 만만치 않아 지금 벌이로는 생활이 어려운 실정입니다.

김씨는 현재 경제적으로 너무 어렵다 보니 아이 양육비를 조금이라도 전 남편으로부터 받고 싶습니다. 김씨는 전 남편에게 써준 양육비포기각서에도 불구하고 남편에게 양육비를 청구할 수 있을까요? 

우리 민법은 부부가 이혼할 경우 자녀의 양육에 관한 사항을 협의에 의하여 정하도록 하고 있으며, 이러한 협의가 되지 아니하거나 협의할 수 없는 때에는 가정법원이 당사자의 청구에 의하여 자녀의 연령, 부모의 재산상황, 기타 사정을 참작하여 양육에 필요한 사항을 정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언제든지 그 양육에 관한 사항을 변경 또는 적당한 처분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위 사례에서 김씨는 전 남편에게 아이의 양육비용을 청구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써 주었는데, 이 각서는 김씨와 전 남편 사이에 아이의 양육을 김씨가 맡으며 그 양육비도 김씨가 부담하기로 하는 자녀의 양육에 관한 협의가 이루어 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민법은 언제든지 그 양육에 관한 사항을 변경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또한, 판례는 이러한 양육에 관한 사항의 변경은 ‘협의 후에 특별한 사정변경이 있는 경우에만 가능한 것이 아니라 협의 당시 당사자가 정한 협의사항이 제반사정에 비추어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도 가능하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김씨는 아들이 계모의 구박을 피하여 스스로 찾아온 점, 아들의 전학을 위한 동의를 전 남편으로부터 받아야 할 처지였던 점, 그 반대급부로 양육비포기각서를 써 줄 수 밖에 없었던 점 등을 주장하여 가정법원에 양육비에 관한 협의 변경을 구하여 양육비를 청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참고로, 부부가 이혼을 한 이후 어느 일방이 자녀를 양육하여 왔는데 그 양육비 부담에 관하여 약정한 바가 없다면, 지나간 과거의 양육비에 대해서도 청구가 가능합니다. 즉, 판례는 종전에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으나 ‘부모의 자녀 양육의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자녀의 출생과 동시에 발생하는 것이므로 과거의 양육비에 대하여도 상대방이 분담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비용의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며 과거의 양육비에 대한 청구도 인정하고 있습니다.
변호사 이인상 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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