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서 다산을 만나다
 
지난 5일 대전대 둔산캠퍼스에서는 ‘오늘 왜 다산을 말하는가“라는 주제의 세미나가 열렸었다.

대전대학교와 대산연구소, 그리고 도시공감연구소가 대전에 다산학당 개설을 기념하는 자리였다. 다산연구소 박석무이사장은 기조강연에서 다산은 조선시대 실학의 집대성자로서 개혁사상가이며 실천자였다고 강조했다. 늘 백성의 살림을 걱정하여 탐관오리를 척결하고 백성들의 농사방법을 개선하여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를 골똘히 연구하는 과학자이기도 했다는 것이다. 과학자로서의 그의 면모는 한강에 배다리를 설계하고 화성축조를 위해 거중기를 개발한 데에서 찾아 볼 수 있다. 그렇다. 다산은 단군 이래 최고의 학자라고 불리 울 만큼 많은 학문적 실천적 업적을 쌓았다. 그를 최고의 학자라고 수식어를 붙인 것은 대부분의 학자들이 이론개발에 그친데 비해 자신이 주창한 이론을 늘 행동으로 옮겨서 백성들에게 편익을 안겨줬다는 점 때문 일 것이다.

요즘 융합연구를 강조하는 상황에서 R&BD, 소위 연구와 상용화를 위한 개발을 떠들고 있기는 하다. 그래서 수많은 학자들이 이론을 개발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른 학자들이 응용하여 결과물을 만들고 그 결과물을 현장에서 접목하여 상용화하는 것이 보통의 연구개발코스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한 사람의 이론가가 이론개발에 그치지 않고 이를 개발하여 결과물을 내놓고 다시 이를 현장에 접목한 사람은 다산 정약용선생 말고 누가 있을까 싶다. 물론 다산이 천재여서 가능하다고 치부할 수도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천재들이 자신의 머리를 믿고 속단하거나 자기만 잘난 것으로 착각하여 남을 무시하고 오로지 자신의 세계에 갇혀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 점에서 다산은 천재치고는 항상 신중하고 늘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는 포용력을 지니고 있어 남다른 천재성을 지닌 학자라고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그의 당호 여유당은 그런 이유에서 주목할 만하다.

겨울에 냇가를 건너듯 신중하고 사방에서 나를 엿보는 것처럼 두려워하라는 가르침이었다. 아마도 백성의 관점에서 백성을 위한 이론과 정책을 개발하고 그래도 성에 차지 않으면 기술로 실현해 보이는 모습에서 다산이 얼마나 백성들을 사랑했는가를 짐작할 수 있다.

다산은 생각과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보기 드문 지행합일(知行合一)의 학자였던 것이다. 오늘날 많은 학자들이 입으로는 국민과 지구를 위해 이론을 개발했다고 떠벌리지만 정말 그 이론이 결실을 맺을 때까지 추적하고 자신의 몸을 던지고 있는지 살펴 볼 일이다. 비록 다산이 큰 벼슬을 얻지 못하고 유배를 가는 바람에 그의 큰 생각은 그 당시의 현실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유배기간 동안 저술한 책이 500여권이나 되어 오늘의 후손들까지 생각의 변화에 큰 영향을 미쳤으니 오히려 유배생활이 더 큰 나라를 구제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 듯하다.

다산은 격변기에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능동적으로 살아 온 학자다. 오늘 우리 또한 4차산업혁명이라는 전대미문의 격변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다산의 지혜를 되짚어 보고 배울 때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