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보조로 받아 놓은 전세계약서는 쓸모없다.
 
대전지방법원에서는 무료 법률상담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매일 오후 1시부터 3시까지 변호사님들이 나와 상담을 하고, 그 이후에는 법무사님들이 상담을 해주고 있습니다. 상담실에서 만나는 분들의 사연을 듣다보면 법을 잘 몰라 손해를 보고 억울한 일을 당하는 분들이 너무 많아 안타까울 때가 한두번이 아닙니다.
 
특히 경제적으로 어려운 분들은 법적인 조치가 필요한 시기에 전문가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그냥 주위에서 하는 이야기를 듣고 그대로 따라했다가 나중에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이 있었습니다.

지난번 상담을 갔을 때 일입니다. 김씨 할아버지가 자리에 앉자마자 대뜸 전세계약서를 꺼내놓으며 동네 아는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었는데 맨날 갚는다고 하면서도 갚지를 않는데 이 전세계약서를 가지고 돈을 받을 수 없는지 묻는 것이었습니다.
이야기인즉, 돈을 빌려주면서 담보조로 돈을 빌려간 사람이 전세 살고 있는 집의 전세계약서를 받아 놓은 것이었습니다.

주위에서 보면, 김씨 할아버지처럼 돈을 빌려주면서 차용인의 전세보증금을 담보로 한다는 뜻에서 차용인의 전세계약서(임대차계약서)를 받아 놓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하지만, 달랑 전세계약서만 받아 놓아서는 차후에 채무자가 빚을 갚지 않을 때 담보로서 전혀 쓸모가 없습니다.

전세계약서는 건물주와 세입자(채무자) 사이에 전세금 얼마에 전세계약이 되어 있음을 나타낼 뿐이며, 채권자가 단순히 그 전세계약서를 가지고 있다 해서 세입자(채무자)가 빚을 갚지 않을 때 건물주가 전세보증금을 채권자에게 내어 줄 의무가 생기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건물주가 세입자(채무자)의 동의없이 채권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내주었을 때에는 세입자에게 다시 이중으로 보증금을 물어주어야 합니다.

따라서, 만약 다른 사람에게 돈을 빌려 주면서 전세보증금을 담보로 잡고 싶다면, 채권자(돈을 빌려주는 사람)와 채무자(세입자) 사이에 채무자(세입자)가 집주인에 대하여 가지고 있는 전세보증금 반환청구 채권을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양도한다는 내용의 채권양도계약을 체결한 후, 채무자로 하여금 집주인에게 이러한 채권양도 사실을 내용증명 우편으로 통지하도록 하거나, 아니면 직접 집주인을 만나 이러한 채권양도를 승낙한다는 확인서를 받아 놓아야 합니다. 이러한 조치 없이 단순하게 전세계약서만 받아 놓은 것만으로는 담보로서 아무런 효력이 없음을 유의하여야 합니다.
그 이후, 채무자가 돈을 갚으면 채무자와 위 채권양도계약을 취소한 후, 취소사실을 집주인에게 통지하면 됩니다.

변호사 이인상 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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