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의 빚을 상속받지 않는 방법
 
얼마 전 무료법률상담을 하는데, A씨는 금융기관이 자신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는데, 사업을 하다가 망해서 빚만 잔뜩 지고 있다가 수년전에 사망한 형의 빚을 갚으라고 한다며, 이게 가능한 일이냐, 어떡해야 하는지 묻더군요.

누군가 사망하면 사망한 사람의 재산뿐만 아니라 빚도 그 사람의 상속인에게 상속됩니다. 즉, 넘어갑니다. 상속인이 되는 순서는 사망한 사람의 ① 직계비속(자녀들, 손주들), ② 직계존속(부모), ③ 형제자매, ④ 사촌 순서입니다. 즉, 망자의 직계비속이 1순위 상속인, 부모님이 2순위 상속인, 형제자매들이 3순위 상속인, 사촌이 4순위 상속인이 됩니다. 사망한 사람의 배우자는 위 1순위 및 2순위 상속인과 같은 순위로 상속인이 되며, 만일 1순위 및 2순위 상속인이 없는 경우에 혼자 상속을 받게 됩니다. 즉, 갑이란 남자가 을이란 여자와 결혼하여 자녀를 두지 않았고 모친만 생존하고 있는 상태에서 사망한 경우, 처인 을은 사망한 갑의 모친과 함께 동일한 순위로 상속인이 되며, 모친마저 먼저 사망하여 없을 경우에는 처인 을만 상속인이 됩니다.

또한, 위와 같은 상속순위에 따라 상속인이 되므로, 망자의 자녀가 없는 경우에는 생존하고 있는 부모님이 상속인이 되고, 자녀와 부모님, 배우자가 모두 없는 경우에는 그 다음 순위인 망자의 형제자매가 상속인이 됩니다.

한편, 선순위 상속인이 있지만, 그 상속인이 상속을 포기하는 경우 그 다음 순위 상속인 앞으로 상속이 됩니다. 예를 들어, 사망한 사람의 자녀가 상속을 포기할 경우 그 다음 순위인 망자의 부모님이 상속인이 되며, 부모님도 상속을 포기할 경우 망자의 형제자매가 상속인이 됩니다. 특히, 주의할 점은 사망한 사람의 자녀가 상속을 포기한 경우, 그 상속을 포기한 자녀가 아들이나 딸을 둔 경우(즉, 사망한 사람의 손자, 손녀들이 있는 경우)에는 손자, 손녀가 상속인이 됩니다. 왜냐하면, 민법상 1순위 상속인이 ‘직계비속’이라고 규정되어 있고, 망자의 직계비속인 손자, 손녀들도 직계비속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사망하면, 망자의 재산뿐만 아니라 빚도 상속되기 때문에, 민법상 상속인의 위치에 있는 사람은 망자의 재산과 빚을 비교하여 상속을 받을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해야 합니다.

만일, 상속받는 재산은 조금이고 채무가 더 많다면, 상속개시가 있음을 안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가정법원에 상속포기 신고나 상속한정승인 신고를 하여야 합니다. 대법원 판례는 여기서 ‘상속개시가 있음을 안 날’이란 일반적으로는 망자가 사망한 사실을 안 날을 의미하지만, 선순위 상속인이 존재하는 등의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선순위자의 상속포기로 자신이 실제 상속인이 된 사실을 안 날로부터 3개월이라고 이내라고 하고 있습니다.  
  
망자의 빚이 많아 상속을 받지 않고자 할 때는 2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즉, 상속포기 신고와 한정승인 신고가 있는데, 상속포기는 망자의 재산과 빚을 모두 받지 않겠다는 것이고, 상속한정승인은 망자의 재산과 빚을 상속받기는 하되 망자의 빚은 망자로부터 받은 재산으로만 갚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상속한정승인을 받을 경우, 상속인은 자신의 재산으로 망자의 빚을 갚을 필요가 없으며, 만일 상속받은 재산이 없을 경우에는 실제 망자의 빚을 갚을 일이 없게 됩니다. 또한, 상속한정승인은 망자의 재산은 전혀 없고 빚만 있는 경우에도 신청이 가능합니다.

위 2가지 방법 중 상속포기의 경우에는 상속인이 상속을 포기할 경우 다음 순위의 상속인 앞으로 상속이 이루어지므로 차순위 상속인 역시 상속포기나 상속한정승인을 신청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습니다. 반면에 상속한정승인의 받을 경우에는 차순위 상속인으로 상속이 이루어지지 않고 상속문제가 모두 종결되므로 개인적으로는 상속포기보다는 상속한정승인이 더 나은 방법이라 생각됩니다.

위 사례에서, 금융기관에서 A씨에게 사망한 형의 채무를 갚으라고 소송을 제기한 것은, 형의 자녀들이나 배우자, 부모님이 모두 상속을 포기하였기 때문에 그 다음 순위 상속인인 형제자매인 A씨에게 형의 채무변제를 요구하는 것입니다.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습니다. 이에 대해서 A씨가 대응하는 방법은 A씨가 소장을 받고 비로소 형의 채무를 상속받은 사실을 알게 된 것이므로, 위 소장을 받은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가정법원에 상속한정승인을 신청하면 됩니다. 참고로, A씨는 3개월 이내에 상속포기를 신청할 수도 있으나, 상속포기를 신청할 경우, 금융기관은 A씨의 다음 순위 상속인인 사촌들에게 다시 형의 채무변제를 청구할 수 있으므로, 추후 사촌들이 소송에 대응해서 또다시 상속포기를 신청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방지하기 위하여 아예 A씨가 상속한정승인을 신청하는 것이 깔끔하게 해결하는 방법입니다.
 

변호사 이인상 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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