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버린 반쪽과 정리하기

얼마 전 모 상담소에서 무료상담을 하면서 남편이 가출하였는데 연락도 안되고 돌아오지도 않는다는 두명의 여자분을 만났습니다. 그런데 두분은 입장이 정반대였습니다.

A씨는 남편이 1년전 쯤 다니던 회사 후배 아가씨와 눈이 맞아 회사도 퇴직하고 어디론가 가버렸고, 휴대폰 번호도 바뀌어 연락도 되지 않아 혼자 속을 끓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친구가 하는 말이 별거한지 6개월이 지나면 자동이혼이 된다고 하자 A씨는 아이들을 생각해서라도 이혼만은 절대 하지 않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터라 혹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혼이 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반면, B씨는 첫 아이를 낳은지 얼마되지 않아 남편이 투자한 사업에 실패하면서 빚쟁이들이 집으로 몰려들었고, 견디다 못한 남편은 잠시 피신한다며 집을 나간지가 벌써 5년이 다되어 가고 있었습니다. 남편은 시간이 갈수록 연락이 뜸해지더니 1년 정도가 지날 때부터는 전혀 연락이 없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남편에 대한 기다림도 많이 무뎌졌고, 혼자 사는 외로움에 지쳐서인지 남편에게는 미안하지만 남편과의 관계를 정리하고 새출발을 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A씨와 B씨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선 A씨의 경우, 부부간에 별거기간이 아무리 오래 되어도 ‘자동이혼’이 되지는 않습니다. 우리 민법상 이혼은 협의(합의)이혼과 재판상이혼 두가지만 인정될 뿐 자동이혼제도는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아무리 오래 별거를 하였다 하더라도 두사람이 법원에 가 합의이혼을 신청하던가, 아니면 배우자 일방이 상대방을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하여 이혼판결을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A씨의 경우 남편이 처인 A씨를 내팽개치고 다른 여자와 외도를 한 잘못이 있으므로 설사 남편이 재판상 이혼을 청구하더라도 받아들여지지 아니할 것이므로 남편이 일방적으로 이혼할 방법은 전혀 없습니다. 다만, A씨가 이혼소송을 제기한다면 이것은 가능합니다.

다음으로 B씨의 경우 가출한 남편과의 관계를 정리하는 방법은 두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우리 민법이 ‘배우자의 생사가 3년 이상 분명하지 아니한 경우’를 재판상 이혼사유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B씨는 법원에 남편의 생사불명을 이유로 재판상 이혼을 청구하여 이혼판결을 받으면 됩니다. 다만, 남편의 실제 거주지를 알지 못하므로 일단 주민등록상의 주소지를 기재하여 법원에 소장을 제출한 뒤 공시송달을 신청하여 남편이 출석하지 않은 상태에서 혼자 재판을 받으면 됩니다.

두 번째는 실종선고를 받아 혼인관계를 해소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종래의 주소나 거소를 떠나 있는 부재자의 생사가 5년간 분명하지 아니한 때에는 법원에 실종선고를 청구할 수 있고, 실종선고를 받은 자는 사망한 것으로 간주되므로, B씨는 좀더 시간을 기다려 이러한 실종선고제도를 이용하면 남편이 사망한 것으로 간주되어 혼인관계를 해소시킬 수 있습니다. 다만, 나중에 남편이 살아서 돌아오면 이미 내려졌던 실종선고가 취소되기 때문에 이에 따라 해소되었던 혼인관계도 부활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B씨의 입장에서 빠른 새출발을 원한다면, 첫 번째 방법인 재판상 이혼을 청구하여 이혼판결을 받는 것이 더 좋을 듯합니다.

 
변호사 이인상 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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