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민들과 하나로 지내온 3년의 시간들...
 
거실 창을 통해 들어오는 식장산(食藏山)과 서대산(西大山)의 봉우리가 미세먼지로 덮여 답답함을 호소하는 따스한 봄날의 오후..... 내가 우리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을 맡아 일한지도 어언 3년을 넘어서고 있다. 그동안 일들을 가만히 회상해 보니 희비애락(喜悲哀樂)이 엇갈리는 시점에 서 있는 것 같다.

그중에 보람을 느꼈던 것을 손꼽아 보면 우리아파트 주민들과 손잡고 출발한 「산악회」를 조직해 매월 산행함으로써 대전주변의 산들을 찾아간 일이다. 특히 2017년 11월에 올랐던 구봉산(九峯山)은 눈으로 옷을 갈아입고 우리를 반갑게 맞아 주었다. 눈이 녹은 양지쪽을 찾아 옹기종기 모여앉아 어묵국과 김밥으로 먹었던 점심은 지금도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있고 매년 12월에 찾았던 「대청호 오백리둘레길」은 우리 입주민들에게 동질감도 심어 주었다.

그리고 입주자대표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처리한 안건은 입주민들의 관리비 절감에 직결되었다. 특히, 2018년 12월에는 관리비의 많은 감면으로 웃음 짓던 입주민들의 행복한 모습들이 지금도 머릿속에 남겨진다.

가슴 아팠던 일로는 「최소인건비 인상」으로 인해 4명의 직원을 감축해야 했던 것과 직원들의 월급을 동결하고자 휴게시간을 늘림으로 생활비는 물론 사기를 저하시켰던 일은 지금도 나를 괴롭히고 있다.

이로 인해 우리아파트 입주민께 많은 불편함도 주었지만 입주민들이 협조해 주신 덕택으로 지금까지 잘 버텨온 것 같다. 다시 말하면 이 모든 일들은 돈으로부터 시작되고 그 돈은 입주민들의 주머니에서 나와야하기 때문에 많은 어려움이 따랐던 것이 사실이다.

앞으로 6개월 후면 우리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직도 내려놓고 입주민으로 돌아가지만 아쉬움보다는 두려움이 앞선다. 나를 손가락질하며 그간의 내 행적(行跡)을 질책하는 입주민들과 직원들의 따가운 눈초리 때문이다.

그렇다 예산을 많이 투입된 정부정책도 그렇고 사업가들이 몇 년간 검토한 사업도 실패하여 접는 경우도 종종 있다. 우리 아파트도 계획만 세우고 추진 못한 사업들이 있지만 그 사업들은 다음에 출범하는 제7기의 입주자대표회의 몫으로 남겨두고자 한다. 그렇게그렇게 우리아파트는 발전되어 갈 것이다. 우리 입주민들의 질책을 양식으로 삼아 살찌우면서......

홍도동 파밀리에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  한 영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