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인과 맺은 아파트 매매계약의 위험성

얼마 전 저의 지인이 어이없는 사기를 당한 일이 있었습니다. 지인은 3년전  친구로부터 개발예정지라며 사놓으면 큰 이익이 생길거란 이야기를 듣고 서울 소재 조그만 대지를 구입하였습니다. 그런데, 작년 12월경 땅 소유자의 아들이란 사람으로부터 땅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당하였습니다.  알고보니 땅 소유자와 동명이인인 여자가 땅 소유자의 사망 이후 부동산중개업자와 짜고 남의 땅을 자신의 땅인 것처럼 팔아넘긴 것이었습니다. 지인은 매수당시 등기부상의 소유자 이름이 매도인의 신분증과 동일하였기 때문에 아무런 의심없이 믿은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현재 땅을 팔은 사람과 부동산 중개업자는 종적을 감춘 상태이고 결국 약 2억원 정도의 매매대금을 날리게 될 처지에 놓였습니다.
점점 각박해지는 세태에 따라 아파트 등 부동산을 구입할 때도 매도인이 진짜 소유자인지 여부부터 하나하나 꼼꼼이 따져야 할 것 같습니다. 특히 아래 사례와 같이 매도인의 대리인과 매매계약을 체결할 때는 더욱 그렇습니다.

강모씨는 대전으로 직장을 옮기면서 아파트틀 매수하기로 마음먹고 해당 아파트 단지내 부동산중개업소를 돌아다니며 매물로 나온 아파트의 위치와 가격을 살펴본 후, 중개수수료를 절약하기 위하여 생활정보지에 실린 매물을 체크하던 중 마음에 드는 아파트를 발견하고 생활정보지에 적힌 연락처로 연락하여 매도인과 만났습니다.

그런데, 생활정보지에 매매광고를 한 사람은 강모씨에게 자신이 아파트 소유자 본인이 아니고 소유자의 대리인이라며, 소유자의 인감도장과 인감증명서를 보여 주었습니다. 소유자가 직장일로 시간을 낼 수가 없어 자신이 대신 계약하러 왔다는 것이었습니다. 강씨는 소유자의 인감도장까지 갖고 있는 것을 보고 믿고 대리인이라는 사람과 아파트 매매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강씨는 계약 당일 계약금을 지급하고 중도금까지 지급한 이후 잔금 지급과 등기서류를 받기 위해서 약속장소로 나갔으나 대리인이 나타나지 않았고 전화도 받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강씨는 직접 아파트에 찾아가 소유자를 만났는데 황당하게도 소유자는 대리인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며 더욱이 아파트를 팔려고 내 놓은 적도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강씨는 매매계약 당시의 정황을 들어 아파트 소유자에게 대리인에 의한 매매계약이 유효함을 주장할 수 있을까요?
아파트 매매계약을 비롯하여 모든 계약은 본인 대신 대리인에 의해서도 체결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대리인에 의하여 체결된 계약도 일정한 요건을 갖출 경우 본인에게 직접 그 계약의 효력이 미치며 본인이 그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본인이 대리인에게 아예 대리권을 준 적이 없음에도 대리인이라고 칭하는 사람이 마치 대리권이 있는 것처럼 행동하여 법률행위를 하였을 경우 그 효력이 문제됩니다.

원칙적으로 대리권이 없는 경우 본인에게 그 책임을 물은 수 없지만, 예외적으로 일정한 요건을 갖춘 경우 본인이 그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됩니다.

이에 관해 우리 판례는, 비록 본인이 대리권을 준적은 없을지라도, 본인이 대리인에게 대리권을 수여하였다고 인정하기 위해서는 본인을 대리한다고 하는 자가 제출하거나 소지하고 있는 서류의 내용과 그러한 서류가 작성되어 교부된 경위나 형태 및 대리행위라고 주장하는 행위의 종류와 성질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판례는 위 사례와 같이, 대리인이라고 칭하는 자가 위임장이나 등기필증이 없이 단순히 본인의 인감증명서와 인감도장만을 가지고 있었던 경우에는 본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따라서, 위 사례에서 강씨는 매매계약 당시 대리인이라고 칭하는 자가 보여준 인감증명서와 인감도장을 보고 실제 아파트 소유자의 대리인이라고 믿었다 하더라도, 소유자 본인의 위임장이나 소유자의 매매의사를 확인하여 보지 않은 잘못이 있으므로, 아파트 매매계약의 유효를 주장하여 아파트 소유자에게 대리인에 의한 계약에 따른 등기이전을 청구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변호사 이인상 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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