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경매의 새로운 패러다임
 
며칠 전 지인으로부터 최근 괜찮은 아파트를 하나 골라 가격도 거의 낙찰될 만큼 높게 썼는데 낙찰이 안 되었다며 크게 실망하는 것을 보았다.

대전 서구에 위치한 중소형 평형대 로열층의 대단지 규모 아파트였고 응찰자 수는 무려 20명이 넘었다고 했다. 입찰 목적은 시세 차익을 노린 투자용이었다. 지인은 그럴 수 있냐는 반응이었으나 필자가 보기에는 당연한 결과였다.

왜냐하면 요즈음 상당히 많은 투자자들이 아파트경매에 임하면서 중요한 사항을 간과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대개의 경우 아파트경매를 하면서 권리분석이나 물건분석에 중점적으로 신경을 쓰고 확실한 투자 목적을 놓치는 경우가 그 것이다.

부동산투자, 경매투자의 목적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실수요 목적이고 다른 하나는 투자 목적이다.

실수요 목적은 본인이 거주하거나 영업을 하는데 불편함이 없는 물건을 찾으면 되고, 투자 목적은 팔아서 차익을 남기는데 지장이 없는 것을 선택하면 된다. 이러한 목적에 부합하는 물건을 찾기만 하면 큰 문제는 사실상 없다.

그런데 문제는 순수한 투자 목적으로 경매에 임하면서 실수요자의 입장에서 물건을 고른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본래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되어 헛고생을 하는 경우가 많게 된다.

단지 투자를 목적으로 아파트를 구입하는 경우 투자자가 그 아파트에 살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전제하고 적정수익으로 최대한 빨리 팔릴 수 있는 물건을 찾아야 한다.

투자 목적으로 입찰하면서 실수요자의 입장에서 실수요자가 가장 선호하는 인기지역, 대규모단지, 로열층, 남향, 중소형 평형대의 아파트를 노린다면 경매에 있어서 낙찰될 확률이 거의 없다. 설령 낙찰이 된다고 하더라도 수익을 남길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상가나 토지 등은 경쟁자도 적고 낙찰가도 낮은 경우가 많으나 특히 주거용 중에서 아파트경매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경쟁이 치열하게 때문에 투자 목적으로 낙찰을 받기란 하늘의 별따기나 마찬가지다. 이러한 아파트경매의 현상은 앞으로도 크게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아파트경매에서 수익을 남길 수 있을까?

그 방법은 주거용 물건의 특성을 이해하고 투자 목적의 본질에 충실하는 것이다.

아파트, 빌라, 단독주택 등 주거용 물건은 그 특성상 반드시 그 조건에 맞는 수요자가 있게 마련이다. 다시 말하면 위치, 규모, 층, 방향이 안 좋더라도 자금 등 여러 가지 여건 때문에 비선호 물건일 지라도 거기에 맞는 수요자가 반드시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순수한 투자 목적으로 아파트경매를 하면서 투자자가 직접 거주할 것이 아닌데 굳이 인기지역, 대규모, 중소형, 로열층의 물건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투자 목적인데 실수요 목적에 부합하는 아파트를 골라서 입찰하는 경우 당연히 경쟁자가 많이 몰릴 수밖에 없다. 그 결과 낙찰가가 올라가게 되고 낙찰이 되어도 수익은 커녕 경매비용을 건지기도 어렵다.

이처럼 경쟁이 많은 아파트경매에서 수익을 남기려면 청개구리식 발상을 해야 한다. 대개의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갖는 비인기 지역, 비인기 층수, 비인기 평수를 노려야 한다는 말이다.

단, 간과해서는 안 될 사항이 투자 물건의 환금성 만큼은 꼼꼼하게 파악해야 한다. 비록 비인기 지역의 비선호 물건일 지라도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꾸준하게 매매나 임대가 발생하는 곳을 찾아서 입찰을 해야 한다. 40평 이상의 중대형 아파트는 거래 빈도가 낮기 때문에 인기지역 중에서 거래가 종종 발생하는 지역의 물건을 찾아야 한다.

물론 아파트경매는 다른 물건에 비해 경쟁이 압도적으로 많기에 아파트경매에서 수익을 남기는 가격으로 낙찰받을 확률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므로 시세나 급매에서 경매비용과 수익을 확보하는 금액으로 꾸준하게 입찰을 해야 한다. 상당한 인내와 전략이 요구되는 투자 종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파트경매는 다른 투자 종목이 따라오지 못하는 장점이 있다. 바로 환금성이 제일 좋다는 것이다. 경기가 아무리 안 좋아도 아파트는 가격만 어느 정도 조절하면 대부분 팔기가 쉽다. 투자금 회수가 쉽기 때문에 아파트는 계속 투자 선호도 1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경매시장의 분위기도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 투자 목적으로 아파트경매를 하고자 하는 경우 반드시 실수요 목적과 구분하여 물건 선정 방법과 수익률 목표치를 현실에 맞도록 다시 조정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