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생활이 끝났을 때
 

주부 김씨는 10년전 직장생활을 할 때 회사 상사인 현재의 남편을 만나 사귀게 되었는데 남편과 사귀면서 남편이 유부남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당시 남편은 처가 가출하여 행방불명이 된지 2년 가까이 되었는데, 가출한 처와 서류정리를 하고 김씨와 혼인신고를 하겠다고 하면서 같이 살자고 하였고, 김씨는 그 말만 믿고 남편과 함께 동거 생활을 해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남편은 약속과 달리 전처와의 호적을 정리하지 않아 김씨도 남편과의 혼인신고를 하지 못한 채 살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 수개월전부터 남편은 다른 여자를 만나기 시작하였고, 이를 따지는 김씨에게  “너는 법적으로 부부가 아니다. 왜 내가 하는 일에 간섭하느냐. 꼴보기 싫다.”고 하는 등 구박을 하였습니다. 김씨는 가출하여, 그동안 동거생활에 대한 보상차원에서 위자료와 재산분할을 청구하려 한다. 가능할까?

남녀가 사실상 부부로서 실질적으로 혼인(동거)생활을 하지만 혼인신고를 하지 않아 법률상 혼인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부부관계를 사실혼관계이라 합니다. 사실혼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남녀 당사자 사이에 사실상 혼인의사의 합치, 즉 사회적·실질적으로 부부가 되려는 합의가 있어야 하며, 부부공동생활이라고 인정할만한 혼인생활의 실체가 존재하여야 합니다.

우리의 법과 판례는 이러한 사실혼을 혼인신고를 한 법률혼에 준하여 보호하고 있습니다. 즉, 사실혼 부부 사이에도 동거·부양·협조의무와 정조의무가 있고, 일상적인 가사문제에 대한 서로 대리권이 인정되며, 사회보장을 위한 각종 연금관련법에서 사실혼 배우자도 연금수령권자가 되고, 배우자 일방에 대한 제3자의 불법행위가 있을 때 제3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법률상 혼인신고를 전제로 하는 호적변동, 친족관계는 생기지 아니하고, 서로 간에 상속권도 인정되지 않습니다.

또한, 사실혼관계가 해소되었을 때, 즉 동거생활이 끝났을 때, 배우자 일방은 사실혼관계가 깨어지게 된데 책임이 있는 상대방에게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고, 재산분할 청구도 가능합니다.

다만, 우리 법과 판례가 보호해주는 사실혼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어긋나서는 안됩니다. 따라서 이미 법률상 혼인하여 배우자가 있는 사람이 제2의 여자(또는 남자)와 동거생활을 하는 경우, 일정기간 또는 일정 목적만을 위하여 계약상 부부로 행세하기 위한 동거, 근친간의 사실혼 등은 법률혼에 준하는 보호를 받을 수 없습니다.    

사례에서, 주부 김씨의 동거생활은 겉으로 보기에 사실혼관계에 있는 것처럼 보이고 남편의 잘못으로 둘 사이가 파탄에 이른 것은 맞으나, 김씨의 경우에는 동거생활 기간 동안 여전히 남편과 가출한 처 사이의 법률상 혼인관계가 해소되지 않은 채 유지되고 있었으므로, 이러한 상태에서의 김씨와 남편의 동거생활 즉 사실혼관계는 법률상 보호 받을 수 있는 사실혼관계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이미 법률상 배우자가 있는 사람(남편)이 제2의 여자(김씨)와 동거생활을 한 것이므로 보호받지 못합니다. 그러므로, 김씨가 남편을 상대로 제기한 사실혼 파기로 인한 위자료 청구나 재산분할 청구는 인정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변호사 이인상 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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