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경매, 분묘기지권의 실무적 분석 고찰

토지경매에 관심을 가지고 경매물건을 검색하다 보면 심심찮게 발견되는 것이 분묘기지권이다. 우리나라는 전국토의 7할 이상이 임야로 되어 있고 전통적 관습에 따라 매장 문화가 발달하여 전국 어디를 가던지 방향이 좋고 경치가 아름다운 곳이면 여지 없이 분묘가 들어서 있기 때문이다.

분묘기지권은 특수물건의 일종으로 경매물건의 지목이 임야이고 그 물건에 분묘가 있는 경우 경매공고문에 기재되는 말이다. 그러나 실무상으로는 지목상 임야가 아닌 전답 등 농지에 분묘가 있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이러한 경우는 임야가 아니므로 경매절차상 분묘기지권에 대한 언급이 없을 수 있지만 미리 분묘기지권을 염두에 두고 분석을 하여야 한다.

분묘기지권이란 타인의 토지 위에 분묘를 설치한 자가 그 분묘를 소유하기 위하여 그 묘지 부분의 타인 토지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분묘기지권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첫째로 토지소유자의 승낙을 얻어 그의 토지에 분묘를 설치하거나, 둘째로 타인의 토지에 승낙 없이 분묘를 설치한 경우에 그 분묘를 설치한 때로부터 20년간 평온 · 공연하게 점유하여 시효로 취득하거나, 셋째로 자기 소유의 토지에 분묘를 설치한 사람이 그 분묘의 처리에 관한 별도의 특별한 약정 없이 토지를 매도한 경우에 해당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분묘기지권의 범위는 봉분의 바닥 부분 자체뿐만 아니라 그 분묘의 수호 및 제사에 필요한 범위 내에서 분묘 바닥 부분 주변의 공터까지를 포함하도록 하고 있다.
그 확실한 범위는 각 구체적인 경우에 개별적으로 정하여야 하는데, 무덤 뒤를 반달형으로 둘러쌓은 둔덕, 즉 사성(莎城)이 있다고 하여 반드시 그 사성부분까지 포함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였다.

또한 분묘 그 자체가 일반인이 보아 봉분으로 인정되면 등기 없이도 제3자에게 분묘기지권을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묘지를 평평하게 만들었거나 암장되어 객관적으로 외부에서 분묘라는 인식을 할 수 없는 경우나, 봉분이 있다 하여도 시신이나 유해 · 유골이 없는 가묘는 분묘기지권을 인정받을 수 없다.
그리고 이러한 분묘기지권은 2001. 1. 13. 이전에 설치된 분묘에 대하여는 계속 인정되지만, 그 이후에 설치된 분묘에 대하여는 면적이나 설치 기간 등에 있어 여러 가지 제한을 받는다.
또한 당사자 사이에 특별한 약정이 없다면 사용료는 지급할 필요가 없으며,그 분묘가 존속하고 수호와 봉제사를 계속하는 동안은 분묘기지권을 주장할 수 있다.
그리고 이미 묘지가 있는 것을 알고 임야를 구입했는데 그 자손이 원래 있던 묘지에 합장을 하거나 쌍분의 형태로 만들고자 할 경우는 그 권리를 인정해주지 않아도 무방하며 이를 어긴 경우 원상회복을 요구할 수도 있다.

실무상 토지경매를 하면서 분묘기지권이 문제가 되는 경우에는 현장답사를 하면서 토지의 크기와 분묘의 위치, 개수 등을 살펴보고 입찰여부를 판단한다.
면적이 작은 토지의 경우 해당물건의 한가운데에 분묘가 있는 경우는 거의 가용면적이 없으므로 입찰에 신중을 기하는 편이 낫다. 그러나 실수요자의 경우 면적이 작다고 하더라도 완만한 경사가 있는 토지의 경우 위쪽 귀퉁이에 분묘가 있다면 적당한 가림시설을 하고 분묘기지권 성립여부에 관계 없이 구입을 고려할 수도 있다.

또한 몇 천 평 이상의 큰 토지의 경우는 한가운데에 분묘가 있다 하더라도 아랫자락을 전용하여 개발하는데 애로가 없다면 분묘기지권을 크게 문제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토지의 크기가 크든 작든, 묘지가 몇 개가 있든 반드시 분묘기지권을 해결하고자 할 때는 일단 연고자 유무를 파악해야 한다. 입찰 전 현장답사를 갔을 때 관할관청에 들러 묘적부를 확인하거나 마을 이장이나 원로를 만나보기도 하고 비석 등을 통하여 최대한 연고자를 찾아본다.
연고자가 있는 경우는 협상을 통하여 분묘기지권의 성립여부를 떠나 분묘를 존치할 것인지 이장할 것인지에 따라 입찰여부를 결정하면 된다. 만일 비용이 발생되는 경우는 그 비용을 입찰가에 반영하여 입찰한다.

그러나 입찰할만한 가치가 있는데 도저히 연고자를 찾을 수 없는 무연고 분묘는 분묘개장공고를 하면 된다. 이 때 공고 방법은 관할관청의 허가를 받아 미리 3개월 이상의 기간을 정하여 중앙 일간신문을 포함한 2 이상의 일간신문에 묘지의 위치, 개장 사유, 개장 후 안치 장소, 연락처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을 2회 이상 공고하여야 한다. 두 번째 공고는 첫 번째 공고일로부터 1개월이 지난 다음에 하도록 하고 있다.

분묘개장공고를 보고 연고자로부터 연락이 온 경우는 협상을 통하여 해결하면 되고, 연락이 없는 경우는 임의개장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임의개장을 통해 분묘를 처리하게 되는 경우 비용을 줄이려고 직접 개인이 하는 것보다 되도록이면 장의업체를 통하여 해결하길 권한다. 왜냐하면 훗날 혹시 연고자가 나타나게 되면 예상치 않은 분쟁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일반 건물명도와 달리 법적절차의 합법성 여부를 떠나 인간으로서의 도의적인 부분까지 감안하기 위함이다.

실무적으로 분묘기지권은 이론에 치중하는 것보다 현장에서 주변의 상황과 실수요 목적에 부합하는지 여부에 따라 분묘가 설치되어 있는 토지의 크기나 분묘의 위치 등에 의하여 입찰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낫다. 경매공고 상으로 분묘기지권 언급이 있다 하더라도 입찰하는데 하등의 문제가 없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분묘기지권 공고가 있는 경매물건이라도 새로운 시각에서 좀 더 적극적 자세로 분석에 임하여 효율적 투자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