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날, 아파트에 무슨 일이?

 
지난 3월 1일은 98주년을 맞는 3.1독립운동만세기념일이었다. 그런데 예년과 달리 공동주택단지에 태극기게양이 저조했던 것 같다.

필자가 사는 아파트에도 작년에 비해 1/5도 게양되지 않았다. 물론 아파트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태극기가 거의 눈에 띄지 않을 정도였다. 그 이유는 태극기를 걸면 부지불식간에 태극기집회에 동조한다는 뜻으로 비칠까봐 망서린 때문이었다고 한다.

사실 3.1절은 조선 지배층들의 무능으로 일본에 나라를 빼앗기자  평범한 조선의 백성들이 조선왕조를 마감하고 대한국민의 주권을 대내외에 선포한 독립선언일이었다. 이처럼 뜻깊은 날을 되새기기 위해 우리는 매년 기념식을 거행하고 집집마다 태극기를 자랑스럽게 게양해왔다. 부모가 게을러 태극기를 미처 게양을 못할 땐 자녀들의 눈치를 보아야 할 정도로 대한국민의 기본적인 의무이자 가장 자랑스러운 날이었다. 어찌보면 3.1절이 8.15해방보다 더 뜻깊은 이유는 해방이 외부적 도움으로 얻어진 결과물이라면 3.1운동은 자주적인 독립의지를 만천하에 펄쳐 보인 때문 일 것이다. 그러므로 이 날 만큼은 대한국민이 하나로 일치되는 그런 날이어야 하고 그래 왔다.

그런데 금년은 양상이 달랐다. 이처럼 지금 우리 사회가 지도층의 무능과 무책임으로 크게 둘로 갈라져 있다. 촛불집회에 참가하고 응원하는 사람들은 대통령의 헌법유린과 위법행위에 초점을 맞추어 탄핵과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태극기집회에 참가하고 응원하는 사람들은 대통령이 무능하기는 하지만 불법행위은 없었으므로 탄핵에 반대하고 국가안정을 위해 덮고 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런 대립은 집안에서 조차 부모, 자식 간에 깊은 감정의 골을 만들어 내고 있다.

어느 집안의 에피소드인데 아들이 아버지에게 태극기집회에 나가지 말아 달라고 손편지를 보냈단다. 그랬더니 아들더러 너희들이 빨갱이 나라에 살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이 나라에 마지막 헌신한다는 듯 신념에 차 집회로 향하더란다. 도대체 빨갱이가 무슨 의미인지 알고 쓰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북한의 3대 세습독재체제를 옹호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을 빨갱이라고 규정한다면 참으로 피곤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들의 지향정은 너무 달라 쉽게 일치를 이룰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더구나 서로가 접하는 정보와 뉴스가 크게 다르다 보니 그들의 선입견과 편견을 강화시켜 나갈 따름이다. 

인지균형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이성적 동물이라서 사회현실에 대해 모순된 인지를 최대한 피하려는 경향을 보인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이 옳은 것이라는 믿음 속에 자신의 믿음과 다른 정보나 뉴스는 거부하고 자신의 믿음에 부합되는 정보와 뉴스만을 골라 읽다보니 갈수록 진실과는 거리가 먼 자기함정에 빠져 버리게 되는 것이다. 인간은 이처럼 편견의 동물이고 불합리한 존재이다. 그런 면에서 필자도 편견에 사로 잡혀 있고 그 바탕 위에서 불합리한 행동을 저지를 가능성은 농후하다. 그래서 항상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이 중요하다. 항상 자신을 성찰해보자.